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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언니의 인생 레시피

소외된 아이들의 이유 있는 가출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개봉 2013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자레드 길만, 카라 헤이워드, 브루스 윌리스, 틸다  스윈튼,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튼

 

 

 

함께 떠나자

1965년 9월 어느 날 카키 스카우트의 아이반호 캠프에서 한 소년이 사라집니다. 사라진 소년의 이름은 '샘 샤커스키'이고, 스카우트를 탈퇴할 것이라는 쪽지를 남깁니다. 스카우트의 수장 '랜디'는 소년이 사라진 후 부모에게 연락을 했지만 샘은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위탁 가정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양부 보는 더 이상 샘을 키울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보내려 했다고 하며 샘의 실종에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 섬 반대편에서 한 소녀가 실종됩니다. 실종된 소녀의 이름은 '수지 비숍'이며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외톨이 소녀였습니다. 수지는 동생에게 쪽지 하나만 남겨 놓고 사라졌고, 샘과 수지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발견합니다. 샘과 수지는 1년 전 알게 되었고 그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서로에게서 위로받으며 둘만의 아지트로 떠나기로 약속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샘과 수지의 실종에 섬마을은 발칵 뒤집어졌고 랜디 수장과 스카우트 대원들, 샤프 보안관은 두 아이를 찾기 시작합니다. 

 

난 항상 내가 고아였으면 했어

샘과 수지는 그들만의 문라이즈 킹덤을 찾아 야영을 시작하고 서로만의 행복한 시간을 갖습니다. 부모가 없는 샘과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문제아 취급을 받는 외톨이 수지는 어쩌면 어른들에게서 철저히 방치되었던 시간이 길어져 자신들 스스로가 어른이 되기로 마음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하고 프렌치 키스를 하며 어른 흉내를 내며 차라리 우리가 어른이 되어 우리를 지키는 게 최선이라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충분히 사랑 받아야 할 나이에 일찍 고아가 된 샘과 샤프 보안관과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지만 말할 수 없었던 수지의 애정결핍의 결과이기도 하고요. 수지가 고아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대목은 마음이 참 짠한 장면이었습니다.

 

 

 

 

멀리 있는 게 잘 보이잖아. 내가 마술을 부리는것 같아

하지만 샘과 수지의 가출은 오래 가지 못하고 어른들에게 잡히게 됩니다. 샘의 위탁가정에서 샘의 양육을 거부하면서 사회복지국에서 온 담당자는 샘을 고아원으로 보내려 하고, 수지는 샘과 다시 만나려 집을 나옵니다. 샘과 수지를 도와주기로 한 스카우트 대원들 덕분에 샘과 수지는 다시 도망을 결심하지만 수지가 숲속에 쌍안경을 놓고 와 쌍안경을 가지러 간 샘 때문에 결국 샘과 수지는 다시 한번 잡히게 됩니다. 쌍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좋아했던 수지를 위해 했던 샘의 행동이 둘을 다시 헤어지게 했지만 수지에게 쌍안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샘은 수지의 쌍안경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멀리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어 자신이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던 수지는 엄마의 불륜 장면도 쌍안경으로 보게 됐으며 샘과 가출을 위해 만나는 날도 쌍안경으로 샘을 찾았습니다. 수지에게 쌍안경은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상쇄해 주기도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또 하나의 눈이었습니다. 

 

See You Tomorrow  

샘과 수지의 도피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고 샘은 그 이후로 샤프 보안관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수지 엄마와 샤프 보안관은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샘과 수지는 앞으로 도피를 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굳이 샘과 수지가 가출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어른들이 충분히 만들어 줘야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맞습니다. 어쨌거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상미와 소품들 덕분에 눈이 충분히 즐거운 매력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동화같은 영상미에 속아 어린 자녀분들과 같이 보는 건 아주 조금 조심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15세 관람가입니다)